후 순위로 밀린 공공의대, 지역 필수의료 공백 어떡하나

 광주·전남의 낙후된 의료인프라 개선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최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염원하던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2개의 의대가 존재함에도 지역적 한계로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광주 역시 위기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신설 대신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 전남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넘어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 지역에서 빗발치고 있다. 지역에서 일할 의사는 지역에서 키우겠다는 것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로 전남지역 환자가 광주로 오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다.

 

의료기본권 차별을 해결하는 근원적 열쇠는 ‘국립의대 신설과 지역 의사제 도입’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공공 의대와 지역 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 가능성을 배제했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도 전남지역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도의원 등 50여 명은 광주시의회 정문 앞에서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과 지역 의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전남 국립 의과대학 유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도 무안 남악 스카이웨딩 컨벤션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전남도의회와 광주시의회는 공동성명서에서 “현재 전남은 고난도 중증 질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전혀 없는 지극히 열악한 의료상황에 처해 있다”라면서 “지역민의 원정 진료로 인한 의료비 유출 또한 연간 1조 6천억 원에 달해 생과 사를 가르는 가장 절실한 순간까지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남의 의료현실을 설명했다.


매번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와 한계에 치달은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은 광주․전남 지역 필수의료 붕괴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의료기본권 차별 문제를 푸는 근원적 열쇠는 국립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외엔 해결방안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대한간호협회가 지역별 의료이용 동계연보를 분석한 자료(최근 5년 기준)를 보면 전국 의료 취약지 98개 중 52개 지역에서 의사 수가 줄었다. 특히 전남은 8곳이 줄었는데 이는 경북(10곳), 강원(9곳), 경남(9곳)에 이어 가장 많은 의사가 줄어든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료 인력 공백 사태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의 인력난과 직결된다. 전남의 경우 의사 부족 문제를 오랜 기간 겪어왔다. 소위 시골 동네란 근본적 한계 속에서 실력 있는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꺼리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의대가 존재한다면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전남은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실정이다. 국립의대 입학정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40곳을 합쳐 3058명으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주에는 전남대학병원과 조선대학병원에서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지역에 취업 여력이 없는 탓에 70%가 타지로 떠나고 있다. 이렇게 입학정원도 미미하고 그나마 졸업 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라 할 것이다. 


특히 전남의 경우 도서지방이 많은 지역이지만 지역의료원은 의사는커녕 의사 수 부족으로 원장조차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 고령 인구수가 많은 전남지역의 의료공백은 심각 수준을 넘어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실정이다. 활동 의사 수 지표도 전남은 최악으로 꼽힐 만하다. ‘의료공백’의 질이 나쁜 현실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과 비교하면 의료인 격차는 더 현격히 벌어진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전남에 국립의대 정원을 늘려주는 것은 당연하며 그 못지않게 국립의대가 설립되도록 정부 당국과 적극적인 자세로 공감대를 다져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0년부터 3년간 전남소방본부 구급대가 이송한 심정지 환자는 4005명에 평균 연령은 71.3세로 파악됐다. 전남의 65세 노인 인구 비중이 25.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탓이다. 또 심정지 환자 소생률 향상을 위해선 구급대 응급조치 이후 병원과의 연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전남은 응급의료 기반이 열악해 생명을 살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2022년 응급의료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현재 전남 인구 10만 명당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1.5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광주에서 진료받은 건강보험 가입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다른 지역 거주 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근 지역인 전남도민들이 의료 인프라가 좋지 않은 거주지를 벗어나 광주로 원정 진료를 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2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진료 실인원은 5천61만 명(의료급여 포함)이다. 광주에서 진료를 받은 다른 지역 출신 환자 비율은 34.2%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았다. 207만2천487명 중 70만9천756명이 다른 지역 출신이었다. 전국 평균 4.5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전남에 국립의과대학교 설립 등을 통한 응급의료 기반 구축과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의·정 갈등은 11월 21일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증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심화하는 양상이다. 당시 복지부 브리핑에 따르면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정원을 현재보다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늘리길 희망하고 있다. 여기서 ‘최소’는 의대가 추가 투자 없이 늘릴 수 있는 증원 규모를, ‘최대’는 추가 투자 때 증원할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복지부는 각 의대의 희망 인원 수요를 바탕으로 현장 점검 등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에는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희망 수요가 그대로 반영되면 2006년 이후 동결된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이 2025학년도에는 최대 6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30학년도에는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의 증원 수요가 40개 의대로부터 집계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건강권과 생명권은 차별받아서는 안 될 헌법상의 권리이다. 국립의대 설립은 지역 맞춤 의사를 양성하고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면서 지역 공공의료 사령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력 확충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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