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모노그래프, 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

광주문화재단, 광주모노그래프 4편 발간

 

전남투데이 고서아 기자 |  광주문화재단은 광주의 문화자원을 새롭게 기억하고 소개하는 광주모노그래프 4편『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광주모노그래프 시리즈는 2019년부터 기획된 도서로, 전문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문화사적 배경을 아우른 수필작품 6편으로 구성된다. 


올해에는 곽재구, 고재종, 공선옥, 김선정, 김호균, 이영진 여섯 필자들이 살아낸 광주는 어떤 곳이었는지, 우리가 익히 짐작되는 ‘그 광주’보다 더 깊은 광주의 속살을 필자들이 보듬고 있는 기억으로 꺼내놓았고, 안희정 씨가 사진작가로 참여했다.


이 책에는 ‘오리탕거리’로만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광주 유동의 뒷골목과 광주의 오래된 유원지인 무등산 언저리의 지산유원지, 광주의 달동네 광주 천변 발산마을, 지금은 챔피언스필드가 된 무등경기장과 그날의 총탄이 박힌 금남로 전일빌딩, 김남주 등이 수감됐던 광주교도소에 관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아프고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 있다. 


『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는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자신의 기억보관소에서 퍼 올린 단 하나의 주소지에 관한 이야기다. 겪어낸 공간 속의 기억을 ‘글’이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내는 것이 문학이라고 할 때, 이 책은 문학이 문학의 옷을 입기 이전의 공간과 시절에 관한 기록인 셈이다. 


고재종 시인의 광주 기억은 유동의 달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출과 빈곤, 방황의 시기였던 유동 시절에 “실존적 부조리에 대한 몸부림만으로 허덕이며 울분을 터트리고, 황음에 빠지고, 폐허의 무저갱만 떠다녔다”고 하는 고백은 한 문학청년의 좌절과 회한이 가득 묻어난다. 그리고 어느 날 시인이 벼락처럼 마주쳤던 민중 문화 운동의 도도한 물결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거대한 기록화 같다.


공선옥 작가는 5‧18이라는 거대한 사건 언저리에서 가난과 고독을 견뎌야 했던 청춘들의 서사를 기록한다. 주류가 되지 못한 채 변두리로 밀려나 있던 청춘들의 남루한 기억들이 무등산 언저리와 지산유원지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곽재구 시인은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를 보냈던 광주 천변 발산마을의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끼니를 거를 만큼 가난했지만 훔쳐 온 쌀로 쑨 죽도 함께 나눠 먹었던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를 평하다 대검까지 휘둘러 경찰서에 끌려갔던 문학청년들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다. 


동화작가 김선정은 금남로에서 우뚝 서서 광주의 일들을 목격한 전일빌딩과 조선대학교, 두 개의 하얀 건물 사이를 오갔던 한 시절을 이야기한다. 


마치 한 편의 성장영화처럼 충장로와 금남로를 살아낸 90년대 학번들의 성장기와 고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김호균 시인을 통해 만나보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현장 서사다. 야구경기장 쯤으로 알려져 있는 옛 무등경기장의 서사에는 개발에 밀려나야했던 서민들의 녹진한 삶, 5·18 당시 택시운전사들의 차량시위, 야구장에서 울고 웃던 호남사람들의 애환이 고루 스며있다. 


이영진 시인은 광주 혁명가들의 가장 큰 대학이었던 광주교도소를 소환한다. 유년에 목격했던 동명동 시절의 광주교도소와 법원, 그리고 광주 혁명가, 이 나라 민주 투사들이 저항하다 갇혔던 압도적인 시스템으로서 문흥동 광주교도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진가 안희정은 여섯 명의 문학인들이 털어놓은 여섯 개의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서정적 색채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다가가고 있다. 


한편, 광주모노그래프Ⅳ『돌아보면 그곳이 있었네』는 알라딘, 교보문고 2개의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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