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투데이 조은별 기자 | “사룟값과 인건비는 올랐는데 한우 가격은 정작 떨어졌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지만 설 대목이 코앞인데다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다”
최근 소값 폭락에 경영난을 겪던 농민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한우협회는 정부가 수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 반납 투쟁 등 전국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13일 경북 예천군과 충북 음성군의 한우 농가에서 농민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가격 폭락과 농가의 극단적인 선택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정부가 한우 값 폭락에 무대책으로 일관할 경우 정부 무용론을 비판하는 대대적이고 전국적인 소 반납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협회는 “한우 두당 생산비는 1100만원인데 도매가격은 평균 7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농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달째 지속되고 있는 한우값 폭락 악순환에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두 단체는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도축 물량 증가분에 대한 정부 비축이나 시장격리 같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1만5274원으로 1년 전 2만298원보다 24.8% 하락했다”며 “생산비 부담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송아지 가격도 연계 하락하고 유찰되는 사례까지 빈번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24% 증가하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생산비가 치솟는데 반해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그 결과 한우 가격 역시 연일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한우 가격이 폭락한 원인으로 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에서는 경기침체와 도축두수 증가, 수입쇠고기 무관세 10만톤 영향 등을 꼽고 있다.
이에 전라남도는 18일 한우 농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에 경영안정 대책을 건의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배합사료 가격 안정기금 조성과 사료 가격 인상차액 지원, 사료 구매자금 지원 조건 완화 등 경영 안정사업 시행,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불균형에 따른 소비자 불만 해소를 위해 도·소매가격 연동제 시행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