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고서아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오는 3월 16일부터 6월 4일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Richard Kennedy: Acey-Deucey)》 전을 개최한다.
전시명인 ‘에이시-듀시(Acey-Deucey)’는 작가의 아버지가 즐겨 하던 놀이의 이름이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케네디(Richard Kennedy, 1985년 생)는 현재 베를린을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음악, 퍼포먼스는 물론 회화, 영상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펼치며 파격적인 예술 형식을 제시하는 작가로 국제적인 주목받고 있다. 그는 뉴욕의 MoMA PS1, 파리의 팔레 드 도쿄 등 유수 기관에 초청된 바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케네디의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현대 미술의 최신 경향을 제시하고, 시각 예술뿐만 아니라 음악, 퍼포먼스의 종합 예술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리처드 케네디의 작업의 근간은 오페라(Opera)이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발레를 공부하여 서구의 ‘고급’ 문화를 익숙히 알고 하지만, 그보다 오페라의 라틴어 어원이 ‘opus(육체노동의 결과물)’이라는데 착안하였다. 작가는 퀴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오페라로 은유하며, 자신의 작품을 ‘오페라스러운’ 것으로 부른다.
그의 작품은 흑/백, 남성/여성, 정신/육체, 스승/제자, 성공/실패, 사회/개인, 영속성/순간성 등 세상의 이분법적 고정관념과 가치 체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허물어 버리려는 시도이다. 다분히 자전적인 소재에서 작업이 비롯되더라도 그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하며, 추상적 표현이더라도 구체적인 신체의 흔적을 남겨 예술 활동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영상 〈기적을 만드는 중(Miracle W.I.P)〉과 2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방으로 구분되어, 각 방마다 특성에 맞는 색상으로 연출하였다.
첫 번째 방에는 작가의 최신 영상 〈기적을 만드는 중(Miracle W.I.P)〉이 공개되는데, 여기에는 작가가 베를린의 집집마다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주워와 가상의 숲을 만들며, 각자의 삶을 기적을 만드는 과정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방은 학교의 교실처럼 꾸며진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작가 본인이 학교에서 받았던 거친 훈육과 모멸감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퍼포먼스를 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제시한다.
마지막 방은 마치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기이하게 꾸며진다. 흑백의 구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의 기쁨을 관객과 공유하는 장(場)이다.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컬러 팔레트로 제시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예술품과 마주하는 순수한 기쁨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본인의 삶을 작품에 투영하여 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 것이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전시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전시의 개막일인 3월 16일 오후 3시에는 작가인 리처드 케네디의 오프닝 퍼포먼스<우유와 쿠키(milk & cookies)>가 벌어진다.
뒤이어 3월 17일 오후 2시에는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하여, 한국을 찾은 작가를 관객이 마주하고 직접 질의 응답하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하여 작가가 전남 지역에 방문하여 영감을 얻은 신작 음악이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남도립미술관의 누리집 (artmuseum.jeonnam.go.kr)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며, 기타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061-760-3242)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