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명체의 기초대사활동은 물 흐르듯 막힘없이 통하는 것이다. 조선 명의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 기본정신 또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전남 곡성군 주민들은 억울하고 분하고 소위 울화병(鬱火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선8기 곡성군수의 군정 목표는 ‘군민이 더 행복한 곡성’이다. 그러나 현실은 ‘군민이 더 불행한 곡성’으로 가고 있다.
최근 2030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신규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입지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곡성군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5개분야 19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서 심의를 통해 곡성군 삼기면 금반리를 1순위, 석곡면 연반리를 2순위, 오곡면 구성리를 3순위로 결정하였다.
이에 삼기면 주민들은 삼기면은 이렇든 저렇든 1, 2순위 입지후보지와 인접해 있다면서 주민들간에 갈등을 행정이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이 억울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은 행정편의주의적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방식이다. 본 기자가 만나본 석곡면 주민이나 삼기면 주민들의 공통된 불만과 불신은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과 행정 입장만 고집하는 행정편의주의적 태도였다.
지난 2월 22일, 3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곡성군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걸음 걷기도 힘들어 겨우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고 나오신 80대, 90대 어르신부터 한창 농사 준비에 바쁜 30~40대 젊은이들까지 500여 주민들의 외침은 ‘후보지 선정 원천무효’였다.
이유인 즉 첫째, 주민들도 모르게 행정편의적으로 주민호응도를 높게 평가했다. 둘째, 입지 후보지 평가와 용역업체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 셋째. 입지 후보지의 지리적 여건과 주변 마을에 미치는 환경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 넷째, 곡성군의 무계획적이고 일관성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 철회하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돌려막기식 주먹구구 행정에 대한 비판과 자기 모순적인 행정정책에 더 이상 곡성군수와 행정의 소통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주민들 입장에서 솔직하고 공정한 소통방식을 원한다. 이장중심 대리행정의 속살을 주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 3월 5일 2차 집회에서 전직 면장을 지낸 서계리 박모씨는 “왜 우리는 소각장 후보지 선정을 원천무효하고 백지화 해야 되는가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입지선정을 위한 설명회(평가) 자료가 너무 많은 오류가 있고 조작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소신발언을 했다.
박씨는 이어 “소각장 후보지 주변은 곡성의 중심지이며 관문이다. 옛 삼기중학교 자리와 온천개발지구에 청년들이 들어와 살 공간과 도시 학생들의 농촌유학 공간을 조성하겠다며 수십억 원의 예산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도림사 국민관광단지를 관광특구로까지 지정해가며 구원리 일대 돼지농장, 메추리 농장을 매입하고 있다. 이유인즉 심한 악취가 곡성읍까지 퍼져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동안 곡성군이 펼쳐온 문화관광, 인구정책과 정면 배치하는 것 아닌가? 2030년까지 전국 지자체별로 소각장(갖춘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원거리 등으로 후보지를 재선정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진정 곡성군민이 더 행복한 곡성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주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먼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는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지방정치를 연습해 왔다. 경향을 막론하고 토건복합체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던 정치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