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탁상훈 기자 | 하반기 내내 지속한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에 ‘12·3 비상계엄-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돌발변수까지 겹치면서 내년 주택 시장이 견뎌야 할 후폭풍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내년 전월세 시장가격 상승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출 규제로 매수 대신 임대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 불확실성 확대로 관망세가 더 짙어지면 전월세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도 전월세 가격에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15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년 동월 대비 6.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49% 오른 것과 비교해 2배 넘게 높은 상승률이다.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은 1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높은 전세가격 상승률이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1년간 전세가격 상승률이 수도권 아파트(4.89%)는 전국 평균(2.21%)의 2배, 서울 아파트는 전국 평균의 3배를 초과하며 임차 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9월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로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예고되는 공급절벽도 우려되는 점이다.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월세 시장가격 상승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총 26만4425가구다. 올해 연말까지 예정된 입주 물량 36만3851가구 대비 9만9426가구, 약 27% 줄어든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줄어드는 물량 대부분은 경기(-4만7565가구), 인천(-7102가구)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270만 가구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의 공급대책이 유지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면 재검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비롯해 윤 정부 주요 부동산정책인 재건축·재개발 관련 법안들이 아직 국회 계류 중인 만큼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여·야 합의를 마친 1기신도시 재건축 등 굵직한 공급책들은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도 세부 내용이나 공급 규모 등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확실한 탄핵정국 상황은 시장에서 전월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면 재검토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과 같은 윤석열정부 주요 부동산 정책이 동력을 잃고, 시장이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상황을 관망하는 이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수 대신 일단 전월세 시장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내년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내년 전국 집값은 1.0% 하락하는 반면 전셋값은 1.0%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전셋값은 2%, 지방은 1% 각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최근 벌어진 국정 혼란이 반영되지 않은 전망치다. 건산연은 “내년 입주 전망 물량이 예년보다 다소 적어 전세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