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이어 경감·경위까지 집단행동 예고… 초유의 ‘경찰의 난’ 번지나

지구대·파출소장도 ‘경찰국 반대’ 회의 추진… 유례 없는 ‘집단 반기’

 

전남투데이 한동주 기자 |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인사 조치되면서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총경에 이어 팀장급인 경감, 경위 회의까지 제안되면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은 더욱 심해질 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부반발과 관련,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대기 비서실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그렇게 나설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면서 “기강에 관한 문제도 있고 하니까 경찰청과 행안부, 국무조정실 그런 곳에서 해야 할 사안 아닌 가 싶다”고 언급했었다.


한편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을 받으면서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감·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도 회의 개최에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당초 류 총경에게 회의 이후 보고를 겸한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의 당일 류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갑작스런 신속한 인사조치에 윤 경찰청장 후보자의 의지가 아닌 윗선의 뜻이라는 해석이 더해졌다.


류 총경은 “인사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것이다.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이보다 더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대 14기인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오는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경감은 류 총경 대기발령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는 류 총경에 대한 인사조치와 관련해 “우리 손으로 지켜드려야 한다”, “정의는 죽었다”, “지휘부는 정권의 입맛에 행동하고 있다” 등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저도 인재개발원에 방문했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토론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을 응원했다”며 “저도 대기발령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한 총경급 경찰관은 “회의에 참석했다. 신고한다. 명단 파악할 필요 없다”며 “목격하고 체험하고 있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숨도 쉬지 못하면서 국민을 바라보지 못하고 위만 쳐다보는 그 옛날 경찰로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에서 경찰국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비판하는 1인 시위와 함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회 입법 청원 온라인 서명 운동도 할 계획이다.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와 한국노총 경찰청주무관노조도 25일부터 29일까지 주요KTX역사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서장들의 움직임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았다. 행안부와 경찰을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선 경찰 지휘부가 현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정상적인 절차로 풀지 못하고 자기 치안지역을 벗어나서 집단행동을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엄격한 계급사회인 경찰조직에서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도 불복하고 모인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 출신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회의에 참석한 류 서장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취해진 것은 내용·절차상 문제가 없음에도 입 닥치고 무조건 굴종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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