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을 맞아 여러 방송매체들은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방영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트로트 장르가 최고의 주가를 올렸으며, 이를 반영하듯 ‘THE 트롯SHOW’, ‘우리들의 트로트’, ‘트롯 챔피언’, ‘쇼10’ 등의 방송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로트 스타 가수들이 줄줄이 탄생할 정도로 이제는 대중음악의 정준(定準)이 되고 있는 듯하다. 제2의 트로트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각지에서 K-트로트라는 이름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참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이 대중가요는 지금의 트로트라는 명칭을 얻기까지 왜색 논란을 비롯하여 저급문화로 폄하되기도 했었고, 다른 음악 장르에 밀려 존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지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튼튼하고 빛나는 영역을 구축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트로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선정적이고 경박한 가사를 비롯한 몇몇 모습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꼭 부르디외(P. Bourdieu, 1930~2002)의 관점인 ‘구별짓기’를 말하는 것은 아
22년 들어 북한발 ‘핵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도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핵 개발론’은 기왕의 ‘핵무장론’이 보수 진영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것과 달리, 온건·중도 진영에서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북한 핵의 불가역성을 인정하고, 자체 핵무장까지 가야 할 시점’이라는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진 듯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핵무장에 성공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할 경우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럴 경우 우리의 안보와 국제적 위상은 훨씬 더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핵보유국이 되려면 한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 현재의 핵무기 보유국 가운데 한국이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실현이 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 한국의 핵무장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려야 한다. NPT
강물이 감고 도는 비옥한 땅인 까닭에 예로부터 문명이 발달하여 지금도 마한의 고분이 대량으로 발굴되는 영산강 일대. 영산강은 담양 용추봉에서 발원하여 광주, 나주, 무안을 거쳐 목포에서 바다를 만난다. 판소리를 산소리와 마당소리, 또는 동편과 서편으로 나누었던 옛구분에 따르면 마당 소리이자 서편 소리권에 속하는 광주의 서남부와 나주는 암울했던 일제하 전국을 순회하며 서민들의 삶과 눈물을 함께 나누었던 명창들의 고향이다. 박유전으로부터 시작한 서편소리는 이날치, 정창업, 정재근에게 전해져 전승의 줄기를 형성한다. 이 중 정창업에게 전해진 소리가 영산강을 낀 광주의 서남부 지역과 나주 일대를 중심으로 김창환과 인간문화재 정광수 등에게 전승된다. 그리고 그 끝에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던 임방울이 있다. ‘쑥대머리’는 갖은 고초를 겪고 옥중에 갇힌 춘향의 형상을 일컫는 말이다. 임방울이 부른 춘향가 중 옥중가의 부분인 ‘쑥대머리’ 음반은 암울했던 일제시대 무려 120만 장이라는 음반판매를 기록했다. 그 때문일까? 백발서린 노인들의 입에서 구성지게 나오는 쑥대머리는 어느 향촌에 가든 들어볼 수 있는 판소리 한 자락이다. 임방울(본명 승근)은 1904년 4월 25일 전남
최근 대통령실이 언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차례 의아했다. 정부에 공보 전문가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대(對)언론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실수가 너무나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라고 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모두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사가 틀렸다고 다툴 수도 있고 그런 일이 계속되면 정면으로 대립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도 적절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MBC기자를 전용기에 못 타게 하거나 순방 도중에 대통령이 일부 매체의 기자들만 불러서 사담을 나눈 것은 대통령실에서 언론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마추어적이다.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이 정국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결정이 시발점이다. 논란이 일자 단지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대통령 순방 취재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곧 취재를 제약하는 것과 같다는 걸 대통령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MBC의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에 대해 “해외 순방에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
광주시민회관을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청년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로컬 창업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한때 광주시민회관은 호남 최대의 문화복합공간이었다. 1971년에 문을 연 시민회관은 수많은 공연이 개최되었고 때로는 결혼식 예식장으로, 영화관으로 시민 문화향유를 위한 쓰임에 부족함이 없었다. 1987년 11월 어느 날, 그곳에서 ‘가을 가곡의 밤’이 열린다는 소식에 필자는 일주일 전부터 가슴 설레며 그날을 기다렸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시험은 하등 문제가 되질 않았다. 나의 스타, 테너 신영조 선생님이 출연하는 음악회다. 공연은 7시에 시작하는데 마음이 바쁜 필자는 4시도 되기 전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지라 매표소에 안내하는 사람도, 경계의 시선도 없었다. 필자는 홀리듯 공연장에서 새어나온 불빛을 따라 걸어 들어가 한쪽 의자에 앉았다. 조금은 어두운 공연장을 이리저리 살피던 중 리허설이 시작되었고,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느 누구도 나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기에 일원의 한사람처럼 뻔뻔하게, 오히려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었다. 몇몇 출연자의 순서가 지나고 신영조 선생님이 피아노 옆으로 걸어 나오시더니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
20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이 “기자들하고 노상 말한다고 국민소통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들과 소통을 하면 안된다고 했다. 20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발언을 방영한 직후 대통령실이 21일 오전 실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해 버리는 믿지 못할 일이 현실화 되었다. MBC 스트레이트에서 ‘천공’ 스승이 도어스테핑 하면 안 된다(고 발언 한)는 것이 방영되자 대통령실이 가림막 설치와 도어스테핑 중단까지 결정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1층 공간이 기자 여러분에게 완전히 오픈돼 있는데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판으로 가림막을 설치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걸핏하면 압수수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군부 시절은 물론 역대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극단적 행태이다. MBC 스트레이트를 보면 ‘천공’은 ‘앞으로 윤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에 질의응답 시간을 계속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 기자들 수준 너무 낮은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제일 좋은
히틀러와 처칠은 끈기 있게 비전을 추구한 끝에 추종자를 얻을 수 있었다. 비전의 제시는 리더십의 절대 요소이다. 특히 히틀러와 처칠처럼 지도자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비전을 지켰을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지도자는 대중이 진심으로 동일시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당시 처칠의 비전은 문명화된 가치 위에 강력한 대영제국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이에 비해 히틀러의 비전은 비현실적이고 사악했지만 그 시대 독일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공격 대상을 주입시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전쟁의 당위성을 얻었다. 히틀러는 스스로 숭배의 대상이 되려 했고 끊임없이 완전무결한 초인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가꾸며 마침내 사람들로부터 터무니없는 과대망상을 인정받게 되었다. “히틀러의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원동력은 권력욕이었다. 그러나 처칠은 지도자가 국민들을 감화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카리스마나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히틀러를 만난 독일 국민들은 ‘그가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러나 처칠을 만난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진정한 영감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법이다” 히틀
“아무리 사고로 얼룩지는 세상이지만 사람에게 깔려 죽는 일이 대한민국 서울 하늘 아래서 일어나다니요. 아침저녁 웃으며 헤어지곤 다시 만났던 가족과 친지들이건만 다정한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영영 이별이라니 말이 됩니까. 사랑하는 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저희는 영원한 죄인입니다. 세상에 이처럼 억울한 죽음이 또 있을까요. 손을 뻗어도 닿지 않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미안합니다, 골백번 외쳐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되돌아옵니다”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까지 이태원에서 벌어졌다. 삼풍과 세월호처럼 예견된 사고였다. 사흘 전 간담회를 열었고, 10만이 넘는 인파의 밀집을 예상했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은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수많은 젊은이가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이 시국에 국민의 힘은 대통령 지키기에만 여념 없는 태도로 민심과 동떨어진 정당이 되고 있다. 친윤계가 앞장서서 이태원 참사 책임을 주장하는 이들을 공격하며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건강한 당내 비판을 억누른다면 참사 수습은 더 어려워지고 국민 비판만 커질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은 있는 사람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는데 TV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가사와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다. 작고하신 부친이 여러 해 전, 큰댁에서 조부모님 추도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노래를 절절하게 읊조리셨던 모습이 떠올랐다. 집안에 흐르고 있는 <비 내리는 고모령>은 이미 필자의 마음에 가득 차 있었고 눈물이 고였다. 애절한 가사와 호소력 있는 이 사모곡은 대한민국의 모든 자식들에게 눈물로 위안을 주는 명곡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는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부분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의에 동의하고 만족스러워 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은 ‘무엇 무엇이다’ 라고 결론짓는 것, 그 건 하등 쓸모없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수학공식이나 단순 기호로 정의되거나 형상화된 사물이 아니다. 음악을 뜻하는 용어 Music은 라틴어 무지카(Musica)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지카(Musica)는 그리스어 무지케(Mousike)로부
처참하고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사태 앞에선 할 말을 잃는다. 이태원 현장에 무슨 설명을 보태고 어떤 말을 덧댈 수 있겠는가. 이태원 비극을 겪고 며칠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간 너무 국뽕에 취했던 건 아닐까. 몇몇 화려한 성과에 들떠 우리는 선진국 착시에 빠졌던 건 아닐까. 법을 ‘핑계’ 대기에는 이태원 참사는 너무나 심각한 무책임과 직무 태만을 드러내 보였다. 사고 전날부터 참사의 전조가 나타났고 112신고 전화가 계속 울렸지만, 경찰 시스템은 요지부동이었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인도에선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막 재개통한 현수교가 몰려든 인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는 바람에 140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무자격 업체의 날림공사, 관리·감독 태만이 겹친 전형적 인재라고 한다. 만약 이태원 참사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인도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저런 식으로 냉소하지 않았을까.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정치적 민주화나 경제적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의 끔찍한 재난 소식들을 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언젠가부터 우리 마음속엔 묘한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린 선진국이라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세계 10위 교역 규모에 국민
세계적 명소로 변신한 이태원에서 황망한 사고로 수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어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세계인에게 이태원의 명소로 각인된 해밀톤호텔 주변에서 후진국형 참사가 벌어져 나라의 자존심이 더욱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 29일 밤 상상하기도 싫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다. 먼저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대한민국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있다.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밝히고 있다. 신속하고 적절한 사후 수습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이태원 참사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구촌의 가슴 절절한 관심과 슬픔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언론도 그렇지만 해외 주요 언론도 이번 사건을 수많은 현장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자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사고 당일 인파가 1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압사 사고’ 예방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표현을 의식하지 않고 쓰고 있다. 스트레스는 모두 나쁜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살아가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벼운 스트레스는 삶에 활력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는 괜찮겠지만 이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스트레스를 계속 받게 된다면 이는 피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대개 스트레스는 마음의 반응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트라우마는 마음에 생채기를 내어 휘젓고 그 상처가 또다시 쉽게 아물지 않게 되는 것으로 트라우마는 과거에 경험했던 충격적인 사건 사고나 폭행 등에 기인해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와 정신에 있어 회복하기 힘든 크나큰 충격을 준 것으로 인해 마음 저 깊은 곳에 불안과 우울감 등을 가지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과 참여가 쉽지 않아지면서 개개인이 각기 다른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을 말한다. 그런데 실상은 트라우마에 대해 잘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료계에서도 트라우마에 대한 진단은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서 세세하게 진단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