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덜지출 챌린지’ 계획해보자

파타고니아는 참 특이한 기업이다. 처음에는 그저 괴짜 등반가가 만든 아웃도어 브랜드로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만만찮은 옷 정도로 소문이 났다. 그러다가 다른 기업가, 회사들과는 꽤 다른 철학을 말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잇따라 옮기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파타고니아는 또 송유관을 짓거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를 살리려 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끊임없이 싸운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참고로 쉬나드는 1973년, 파타고니아를 창업해 반세기 동안 회장직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회사를 비영리 재단과 환경 단체에 기부했다. 공개 기업이 아니라서 시장에서 정식으로 가치를 평가받은 적은 없지만, 이본 쉬나드와 아내, 그리고 자식 두 명이 기부한 기업 소유권의 가치는 약 30억 달러로 추산된다. 파타고니아는 연간 1억 달러 정도 이윤을 내는데, 쉬나드와 가족들은 파타고니아에서 나오는 이윤을 기후변화와 싸우거나 개발되지 않은 자연을 보호하는 데만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옷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는 의류 회사


파타고니아가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실은 “이 재킷 사지 마세요” 광고는 유명하다.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광고도 아니고, 자기 브랜드의 주력 상품 위에 버젓이 저런 문구를 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일어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과소비 문제를 알리기 위해 실은 광고이다. 사진 아래는 “덜 사고(Reduce), 고치고 기워 쓰고(Repair), 다시 쓰고(Reuse), 재활용하면(Recycle) 된다”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담은 원칙을 써놓기도 했는데, 예전에 한창 하던 ‘아나바다’가 떠오른다.


새해 결심은 ‘덜 사는 한해’ 어떨까?


파타고니아가 걸어 온 지난 50년의 역사는 물론 의미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소비가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가 보는 수많은 광고는 거의 다 새로 사고, 더 사고, 다시 사고, 미리 사두라고 부추기는 광고이다. 세일 기간에 사면 얼마를 절약할 수 있다는 광고도 더 많은 소비를 권장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문제는 대부분 소비가 수많은 부조리를 낳거나, 적어도 공평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굴레를 고착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을 사서 쓴다고 해도 불필요한 소비를 애초에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지구에 부담이 된다. 인류가 과소비를 멈추지 않아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자연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된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미 기후변화나 환경 파괴가 선을 넘어 끔찍한 재앙이 머지않았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과소비를 멈추려면 개인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원칙을 세우면 좋을까? 파타고니아가 12년 전 뉴욕타임스에 낸 광고에 소개한 원칙을 그대로 따라해 보자. 덜 사고, 고쳐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소비를 권장하는 시대에 미덕으로 여기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고 과소비가 알아서 단번에 줄어들지는 않는다. 소비욕을 자극하는 게 워낙 많은 세상이고, 그 세상에 익숙해진 우리다 보니 더 그렇다. 신경 쓸 일이 많고, 때에 따라 소비를 줄이는 건 편리함을 포기하는, 매우 귀찮은 일이다. 당장은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는 다짐일 수도 있다. 품질이 좋은 물건은 보통 저렴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럴 땐 무언가를 사고 싶은 마음을 다스릴 기제가 필요하다.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쓰고, 고쳐 쓰고, 나한테 필요 없어지면 필요한 사람에게 물려 주고 나눠 쓰는 데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처럼 훌륭한 기업을 후대에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쉬나드처럼 훌륭한 사람과 철학을 공유하는 삶을 사는 건 멋진 일 아닐까 생각된다.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자제함으로써 아끼게 된 돈을 생각하는 것도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이다.


지난 한해 내가 소비한 제품의 목록을 펼쳐놓고, 그 가운데 꼭 사지 않아도 됐던 것들을 추려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2024년에는 비슷하게 분류될 물건들을 사지 않거나 덜 사기로 다짐하는 것이다. 가계부를 쓸 때 실제 내가 지출한 내용 말고 사려다가 사지 않은 물건의 장부도 별도로 써가며 다짐을 점검해 보자. 계획한 대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 내 기분도 좋고, 환경에 가는 부담도 미약하게나마 줄어들 테니, 그것만 해도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좋은 습관이 될 것이다.


인용:The High Stakes of Low Quality
By Yvon Chouinard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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