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볼모로한 파업… 본분 망각한 의사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의료 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오늘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이 확산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할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각 병원에서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집단사직이 이어지면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도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화에서 “의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면서 “열린 자세로 의견을 듣고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라고 밝혔고, 또한 정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복 시 면허취소 등 초강경 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전국 주요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동맹휴학을 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단휴진으로 정원 확대 방침을 무산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대형병원 전공의 중심으로 완력 행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어떤 이유가 됐건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직업윤리를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대형병원에서 이들이 대거 이탈하면 의료 현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 피해는 환자와 국민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벌써 예약된 수술이 연기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생사가 위태로운 환자와 가족들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될 현실을 의사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를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려 하는 것은 인륜과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전공의협의회가 320명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직 여부를 ‘개별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상당수 전공의가 다른 병원의 사직 행렬에 발맞춰 사직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천 명으로, 응급 당직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나면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공공 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수억 원의 연봉과 사택을 제시해도 전문 의료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병원마다 공석인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민이 감내하고 있다. 지역 의료 체계 붕괴는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주요한 원인인 셈이다. 이제라도 의사들은 의대 증원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인원과 시기를 조정하는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 반대 명분으로 국민과 환자를 내세운다. 의료비 폭증과 의료 질 하락을 낳아 결국 국민과 환자의 부담과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취약지역 비대면 진료 공공 의대 설립 및 의대 증원 등 이전 파업 때도 그랬다. 그들은 늘 그런 식으로 밥그릇을 지켰지만, 정작 국민들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의료계 지적대로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지역 의료 격차 해소안에는 보완돼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화로 풀면 될 사안인데도, ‘정책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게다가 전공의들은 평소에 열악한 근무환경을 호소하면서 의사 인력을 늘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니 앞뒤도 없는 말에 불과하다. 


의사 확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탄탄하다. 지금 상황에선 전공의가 개인 사유를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고 하더라도, ‘사직 투쟁’으로 비치고 국민의 외면을 받을 뿐이다. 의협 비상대책위는 불이익을 받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생명을 겁박할 게 아니라,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또한,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한다. 의료계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숭고한 책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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