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Z세대 가치관을 키운 부모는 X세대

인용원문 : Men Are From Mercury, Women Are From Neptune by David French

현재 성인 가운데 가장 젊은이들은 Z세대에 속한다. 최근 Z세대 안에서 남녀 간에, 성별에 따라 정치적인 성향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성별에 따라 어려서부터 경험하는 것이 달라서 가치관에도 차이가 벌어진데는 부모들의 교육 방침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 Z세대의 부모들인 X세대의 과보호를 지적한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올라왔다. 단지 성향 차이를 넘어 젠더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프렌치는 한 포럼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Z세대 안에서 남녀 간의 정치적인 성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를 봤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다소 생소한 질문을 받는다.


최근 갤럽의 발표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을 거다. 18~2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젊은 여성이 급격히 진보적으로 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경험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도 젊은 여성이 대체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급격히 진보적으로 돌아서고, 남성은 대체로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을 띠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이다.


데이비드 프렌치는 학생의 질문에 정치 자체보다 문화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답을 했다. 물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인 논쟁이 전혀 의미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젊은 세대가 자라나면서 점점 성별에 따라 분리된 삶을 사는 데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에 비하면 지금의 정치적 논쟁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일 뿐이다. 
분리된 삶을 산다는 건 삶의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고, 살면서 형성되는 신념과 가치관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분리된 삶을 살수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서로 관계를 맺기는 더 힘들어진다. 친구가 되기도 쉽지 않은데, 사회의 번영에 필요한 관계, 즉 결혼해서 부부가 되거나 부모가 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Z세대는 점점 더 원자화되고 고립되는 문화 속에서 나고 자랐다. 로버트 퍼트남이 2000년에 펴낸 책 ‘나 홀로 볼링’은 이런 경향을 정확히 내다보고 설명한 중요한 책이다. 지금 우리는 ‘나 홀로 볼링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시민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친구의 숫자도 줄었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일터에서, 공동체에서, 더 넓게는 사회와 나라에 소속감보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한다.


최근 데릭 톰슨이 애틀란틱에 쓴 칼럼처럼 미국인들은 서로 어울리는 행위 자체를 덜 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교류의 감소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요즘 10대는 연애도 덜 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줄었고, 아예 사귀는 친구의 숫자부터 적다”


다만 우리가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우려의 시선을 고정할 때마다 잊지 말고 함께 살펴봐야 하는 대상이 바로 이들의 부모다. Z세대는 결국, 이들의 부모인 X세대가 키워낸 산물이다. X세대 부모들은 본인들이 자랄 땐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렸으면서 정작 자기 자식들은 철저히 계산된 과정과 계획된 틀 안에서 키웠다. 자유롭게 뛰어노는 건 어려서부터 금지됐고, 다툼이 있어도 자기들끼리 스스로 화해하고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좋은 대학교에 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로 스펙을 채우는 행위만 허락된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채, 독립심을 기르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됐다.


조너선 하이트와 그렉 루키아노프는 2018년에 쓴 책 ‘나쁜 교육’에서 아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부모의 성향이 현재 어린이, 청소년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절대로 안전한 곳에서 세심하게 보호, 관리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커서 사회적인 교류를 잘 못 한다. 사회적으로 교류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연히 연애도 잘 못 하고, 연애를 못 하니 혼인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분리된 삶을 살면 성별에 따른 가치관이나 신념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며 이는 정치적인 성향에 있어서도 표출된다.


애초부터 남녀의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소셜미디어가 문화적 차이를 극단적으로 부각하고 벌려 놓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젊은 남성은 남자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인플루언서, 커뮤니티에서만 놀고 젊은 여성은 반대로 여자들만 아는 세상 속에서 산다.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플랫폼부터 다르다. 여성은 압도적으로 틱톡을 많이 하고, 남성은 유튜브를 훨씬 더 좋아한다.


남자도, 여자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이며, 개개인의 성격은 서로 겹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없으며, 그 차이가 분명 자꾸 더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 문제다.


결혼은 커다란 축복이 될 수 있다. 일에 너무 큰 가치를 두는 워키즘이 부상하는 세태가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러나 지금의 문화가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친 근본적인 경향을 더 살펴볼수록 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 사랑과 인간관계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일에 쏟고 있는지 조금 더 잘 이해가 된다. 다른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맺는 일에 비하면 경력을 쌓고 유지하는 일이 좀 더 구체적인 성과를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과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인간관계를 갈망하고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중에는 더러 그런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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