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박동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채상병 특검법)'이 끝내 부결로 매듭지어지자 지역에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해왔던 시민들과 단체는 정부여당을 향한 강한 비판을 토해냈다.
열 번째 거부권에 따라 다시 국회로 공이 돌아간 채상병 특검법은 28일 21대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출석한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의 결과가 나오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결국 부결을 선포했다.
3분의 2인 196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재의결이 가능했지만, 기존 구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그대로 찬성에 힘을 실었으나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여야 의석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결과가 확정됐다.
방청 현장에선 전 해병대원들의 "여당은 보수정당이 맞느냐" "당신들의 아들, 손자가 죽었더라도 이렇게 하겠느냐, 이대로면 부모들이 어떻게 믿고 군대를 보낼 수 있을까. 일반 사병들은 안중에도 없나. 진실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 중요한 건가?"라는 분노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5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 끝에 자동폐기되자 정부·여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제3자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특검법 재입법에 나서는 동시에, 별도 입법이 필요 없는 상설특검 도입도 함께 검토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날 본회의 재표결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야당은 즉각 국회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수사 외압, 국정농단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드리는 그날까지 계속 전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 거부가 확실한 탄핵 사유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냥 채 상병 특검 받을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특검법 부결 뒤 즉각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윤석열 수사 외압 특검법’을 대표발의했다.
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상대로 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안했던 (특검법) 수정안이 뭔지 제발 보고 싶다”며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수정안을) 즉각 발의하라”고 적었다.
이날 폐기된 특검법은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야당이 추천하도록 했는데, 정부·여당은 이를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표가 되면, 특검 후보 추천권을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 주는 채 상병 특검법을 당에서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상설특검 도입을 위한 국회 규칙 개정도 검토 중이다.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은 개별 특검법을 만들 필요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 특검 도입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 규칙상 상설특검 추천 권한을 가진 위원회 7명 가운데 4명이 국회 몫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를 2명씩 나눠 갖고 있는데, 민주당은 규칙을 개정해 4명 모두 야당 몫으로 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