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들고 거리로… 비폭력·연대 'K-시위'에 주목

 

전남투데이 이현승 기자 |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이어진 내란·탄핵 정국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한국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촛불 대신 응원봉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에도 집회 때 간간이 보였던 응원봉은 2024년 12월4일부터 매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고 있는,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때부터 규모가 수천 개 단위로 불어났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김지선 사회자(서울촛불행동 대표)는 “배우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도대체 누구의 팬클럽인지 모르는 거죠.그래서 교육 시간을 갖겠습니다”라며 전광판에 아이돌별 응원봉을 띄우고 하나씩 설명했다.

 

국회의원들도 직접 K팝 응원봉을 들고 나섰다. 김병주 의원은 그룹 '라이즈'의 응원봉을 흔들겠다고 했고, 이훈기 의원은 "두 딸의 아빠라 당연히 스트레이키즈"라며 응원봉을 인증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때아닌 응원봉 거래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응원봉뿐만이 아니다. 집회 ‘플레이 리스트’도 그에 걸맞게 바뀌고 있다.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시민들은 탄핵을 외쳤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빅뱅의 ‘삐딱하게’ 등 중년 세대도 가사를 알 법한 케이팝 음악이 나오면 곧 ‘떼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기존 민중가요들이 어우러져 세대를 아우르는 광경을 보였다.

 

‘응원봉’ 집회에서는 연대하는 마음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결제’로 전하기도 한다. 주로 케이팝 문화의 소통 창구인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서다. “제가 국회 앞 카페에 커피와 디저트를 100만원어치를 선결제해뒀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누군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면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이를 이용하는 형태다.

 

응원봉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케이팝 야광 응원봉이 한국의 탄핵 요구 시위에서 불타오르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응원봉이 기존 촛불을 대체한다며 설명하며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K-POP 응원봉이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새롭게 생명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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