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조직 개편과 내란 진실규명을 어떻게 맞바꾸나? 그런 것은 ‘협치(協治)’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의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가 최종 결렬된 것과 관련, 이렇게 못 박았다.
여야 협치를 늘 강조하는 이 대통령이지만,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협치라는 게 야합(野合)하고는 다르다”라며 “저는 그런 것 원하지 않는다. 그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조직) 개편을 못 한다고 일 못하는 것 아니다. 정부조직법은 천천이 하면 된다. 6개월 패스트트랙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내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건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닌가? 그걸 어떻게 맞바꾸느냐?”라고 반문했다.
당연한 원칙과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다.
10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법 등 ‘3대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제한하고, 인력 확대 방안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국힘당은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려는 여권에 협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11일 아침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결단으로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고 하지만, 이런 협상이 여야 간 합의에 도달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등 내란 완전 종식은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했던 주요 과제이자, 역사적 책무다.
게다가 국힘은 엄연히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등으로, 전 원내대표 추경호 의원 등 다수의 소속 의원들이 수사받는 상황이다.
내란당인 국힘과 특검의 수사 대상과 기간, 인력을 협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검들은 기존에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혹은 알고도 모른척했던 윤석열과 그 일당의 새로운 범죄 의혹을 하루가 멀다고 찾아내고 있다.
그래도 기소된 피고인은 한덕수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 뿐이고, 한덕수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국무위원들 대부분과 대통령비서실 보좌진 등에 대한 수사는 잰걸음이 절실한 만큼, 수사 기간과 인력이 특검 출범 당시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힘은 집권 여당일 때부터 일관되게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특검법 등을 방해해왔으며, 12.3 내란에서도 계엄 해제 표결에 의원 대부분이 불참하고,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처리에 반대해 탄핵을 지연시켰다.
헌법파괴와 내란이 일어났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내란당의 입맛대로 특검의 수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
내란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려는 국힘 의원들의 망언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노골적으로 ‘윤 어게인’을 외쳤던 장동혁 의원이 극우 내란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노상원 수첩’대로 살해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망언까지 했다.
게다가 ‘대통령 후보 교체 시도’ 파문에 앞장선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당시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징계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내란을 완전히 끝내는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빛의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역사적 소명을 망각하고 내란당 국힘과 손잡으며 특검 수사를 중단시킨다면, 이는 한겨울 국회 앞으로 달려가 내란을 막아내고 끝내 윤석열을 파면시킨 시민들의 명령을 외면하는 것이다.
특검들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하고, 내란의 총체적 진상규명을 위해 독립적 진상 규명기구를 구성하는 ‘내란 종식 특별법’ 제정도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
내란당과의 특검법 흥정은 야합이다. ‘협치’가 아닌 ‘협잡(挾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