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의 심장을 겨눈 권력의 섬칫한 언어가 농담이라 치부 해버린 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 고위 인사들에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온 뒤, 야권에서는 "친구 사이에 왕왕 있을 수 있는 농담"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희석하려 했다. 한 전 대표 역시 이 표현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밝혔고, 참담하다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정치적 조롱이나 사적인 농담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친구끼리 평소에도 ‘너 진짜 죽는다’ 같은 말은 한다”며 발언을 감싸줬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발언이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중대한 정치적 위험 신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권력의 농담, 민주주의를 위협하다정치 지도자가 특정 인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발언을 농담이라 치부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싹틀 수밖에 없다. 권력자의 발언은 단지 개인감정이나 친분의 장난을 넘어 그 자체가 사회적 경고이며 암시다. 실제로 총을 들지 않아도 “쏴 죽이겠다”는 언어는 이미 공동체의 법과 윤리를 위협하는 폭력이 된다.
국민의힘 대변인의 옹호 논리는 권력 주변부의 언어와 행동 규범의 파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권력은 늘 책임을 동반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언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헌법과 시민적 규범보다 상석에 앉을 수 있는 농담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란은 과연 끝났는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과정은 한국 정치에 내란이 아직 끝난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란은 반드시 무장 반란이나 물리적 대립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권력자와 정치세력의 언어가 체제 전복의 칼날이 될 때, 우리는 내란의 또 다른 형태를 맞닥뜨리게 된다.
방송장악, 공영방송 파괴 시도, 정적을 겨누는 폭언 등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국민적 내란의 씨앗이다. 정치가 국민적 신뢰로부터 멀어질 때, 민주주의는 매번 새로운 내란의 위기와 맞서야 한다. 더 이상 농담이 아닌 경고다. 윤 전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해당 증언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발언 증언 자체가 법원의 재판이라는 비공식이 아닌 공식 절차를 통해 공개된 만큼, 단순 해프닝이나 오해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공직자의 언어는 일상적 농담과 다르다. 책임 없는 발언은 국민 신뢰와 법치주의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정치의 품격은 언어의 품격에서 시작되고, 공권력의 웃음은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친구 농담’ 아래 감춰진 권력의 절망을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란이 끝났다고 믿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