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결별, 대안 세력 되려면 통절한 반성부터 해야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이준석 공동대표와 함께하는 개혁신당과의 통합파기를 선언하고 ‘새로운 미래’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통합 선언 11일 만에 각자도생을 선언한 것이다.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 원칙과 상식 등 색깔이 전혀 다른 4개 정치 세력이 뭉친 통합 개혁신당의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이번 개혁신당 분열 사태는 이낙연 대표계가 주도권 싸움에 밀려 떨어져 나가는 모양새지만 단순히 일부 세력의 이탈을 넘어 제3지대 빅텐트의 해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제3의 대안 통합정당을 만들어 중도층의 마음을 잡겠다던 개혁신당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 전반의 극한 대결 못지않은 갈등의 축소판 양상을 보이면서 그간 내세우던 정치 개혁의 대의는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동안 제3지대로 유권자의 시선이 향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담아내겠다고 모여든 이들이 ‘빅텐트’를 치는 듯하더니, 불과 열흘 만에 갈라선 것이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하며 독자노선을 택했다. 이준석 공동대표와 선거 지휘권을 놓고 다투다 그리됐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기득권 싸움에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로써 기대를 모았던 제3지대 ‘빅텐트’는 사실상 해체됐으며, 거대 양당에 맞서 3자 구도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제3지대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정치적 이념과 지향하는 가치가 다른 세력들이 전격적으로 통합을 발표했을 때부터 내홍이 극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많았다. 그런데도 거대 양당 체제에 따른 진영 정치, 극단 정치, 혐오 정치 폐해를 바로잡고, 한국 정치를 ‘정상화’, ‘합리화’ 한다는 의미에서 담대한 협력과 합의를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나타나고 말았다. 개혁신당의 패착은 이합집산을 통한 세력화를 제3지대 성공의 관건으로 착각한 데 있었다. 유권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말하느냐다. 양당 정치의 폐단을 넘어서려면 양당과 다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꺼내놓을 실력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신당의 분당은 급조된 꼼수 정당의 말로를 보여준다. 선대 위원장을 이낙연, 이준석으로 하느냐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공천 문제가 총선 이후 당의 주도권과 정체성 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두 대표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정파들이 한 울타리에 들어온다고 화학적 결합이 될 리 만무하다. 현역의원 5명으로 국고 보조금 6억6천만 원을 받아냈다. 처음부터 덩치를 키우기보다 정강·정책 등을 놓고 물밑 협의를 거친 뒤 통합이 이뤄졌다면 분당을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다. 합당부터 분당까지 과정을 보면 두 대표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최소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무엇을 국민 앞에 내세울 것이냐의 문제를 먼저 다뤘어야 했다. 하지만 통합 개혁신당의 관심사는 다른 데 있었다. 현역의원 1명이라도 더 확보해 ‘기호 3번’을 받는 것이었다. 


이번 결별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는 자신들의 민낯을 국민에게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국민의 힘 대표 시절 이미 ‘시대정신’은 없고 ‘선거 전략’만 있는 사람임을 보여준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우리 정치판에는 선거를 앞두고 늘 제3지대 정당이 등장했으나 일회용에 그치거나 얼마 가지 못해 와해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당신들이라도 다른 정치를 하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 생명 유지·연장을 위한 이익연대, 양당 체제 대항에만 함몰돼 차별화한 목표와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다.


국민은 여전히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선택지를 갈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존 당과 구분되는 당의 정체성 확립과 조직운영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뚜렷한 언어로 당의 정체성을 설명해야 하며, 조직운영은 투명해야 할 것이다. 제3의 대안 정당을 기대했던 중도층 유권자들에겐 실망을 안기는 씁쓸한 결과다. 


아직 총선까지 50일이 남은 만큼 갈라진 두 세력이 거대 양당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보여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