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총선 앞두고 여·야 후보 막말 망언 유권자가 심판할 것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상식과 원칙을 흔드는 행태를 보이며 총선 후보로 공천됐던 인사들 가운데 과거 막말 발언이 논란이 돼 뒤늦게 줄줄이 공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의 잇따른 악재로 총선 민심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여당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부적절한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오른 와중에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귀국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 한동훈 위원장은 이종섭 호주대사의 출국을 몰라서 귀국을 종용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이 이종섭 대사의 사퇴 또는 대통령실의 대사임명 취소를 요구하자 총선에 악재가 될 거 같으니 귀국을 종용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 누가 한 위원장의 이 대사의 귀국종용 진정성을 믿어 줄지는 의문이다. 


이번 한 위원장의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황 수석과 이 대사의 귀국을 넘어 사태를 끌어내지 못하면 민심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인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인에 대한 ‘회칼 테러’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언론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발언을 ‘면피성 사과문’으로 넘어가려는 대통령실의 불통이 이번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역시 당 지도부의 인식부터 안이하기 짝이 없다. 역사 왜곡 막말 망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망언을 이유로 장예찬,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며 감쌌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이어 가겠다던 말에 역행하는 행태다. 막말 인사 공천 배제를 공언했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총선과 무관하게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들이다.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들은 여론을 의식해 즉시 사과하고 여야도 당 차원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SNS상의 사과문 작성만으로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 양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올 초 양당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발언을 ‘시스템 공천’으로 걸러낼 것처럼 장담했다. 그런데도 실제 공천 심사에서 막말 후보들이 걸러지지 않은 것은 ‘이 정도야 국민이 넘어가 줄 것’이라는 착각의 소산이라고 밖엔 보기 어렵다. 도태우, 정봉주 후보의 공천 취소를 놓고 양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반발 기류도 상식적이지 않다. 진영 싸움에 앞장선 인사들을 내세워 당파성에 기댄 손쉬운 정치를 하겠다는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 준다. 막말 후보들을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는 여야 모두 문제다. 


민주당은 “수박”, “바퀴벌레”,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등의 발언을 한 양문석 후보와 “비겁자들OO을 뽀개 버리자” 등의 글로 논란인 김우영 후보를 그냥 보고 있다. 국민의힘도 “일제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라는 페이스북 글로 논란인 조수연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가 ‘5·18 폄훼’ 발언으로, 김우영 후보는 “정의를 쌈 싸서 개에게 처먹여” 등 귀를 의심케 하는 막말을 한 경우다. ‘난교 예찬’과 ‘대마초 옹호’ 등 잇단 부적절 발언들은 여·야를 떠나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게 된 지금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인 의식도 없고 역사 인식도 부족한 막말은 사회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의 편향된 사고방식도 통합의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발언 내용도 내용이지만 욕설에 가까운 표현도 우리 정치문화의 낮은 질적 수준을 잘 보여 준다. 이 모두가 진영을 양분해 증오 정치를 만들어낸 거대 양당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어울리는 정치 언어는커녕 서로를 악마화하는 막말만 난무하는 꼴이라 남은 선거 기간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야가 국민 눈높이보다는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는 싸움꾼 후보들에 미련을 못 버린다면 부실검증과 공천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런 후보들에게 끝까지 빗장을 열어 줘서는 22대 국회가 양극단의 대결 정치로 아수라장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질이 부족한 막말 후보를 걸러내야 할 공당의 책임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부실 검증한 후보자는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극단적 대립 정치에 매몰돼 상식과 공정·법치를 무시하는 정치권의 폭주는 정치 냉소주의와 국론 분열을 더 키우고 있다. 


공천 이후의 막말 정치인이라면 단호한 퇴출 조치가 필요하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현명한 유권자들이 엄중히 심판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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