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협치’ 정치권 이젠 달라지는 모습 보여야!

 

4·10 총선 참패 20일이 다 됐으나 국민의 힘이 좀처럼 당 정상화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새 원내대표를 놓고는 내홍 조짐을 보인다. ‘찐윤 이철규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유력 거론되자 안철수 의원, 박정훈 당선자 등은 어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친윤 그룹은 이 철규 의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의원은 ‘윤 핵관 4인방’ 중에서도 끝까지 당내 요직을 지키며 ‘윤심’을 관철해 ‘찐윤’으로 불린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거부해야 할 법이라면, 윤 대통령이 백번 천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친윤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인물이 집권당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22대 국회에서 협치가 모색되기는커녕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협치’를 거론하고 있다. “민생의 고통이 큰 시급한 현안을 먼저 살피라는 민심의 목소리를 받들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려면 무엇보다 협치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이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표결 처리하려는 데 대해 “여야 협치를 파괴하고 22대 국회도 독주하겠다는 예고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협치를 주문하기 전에, 협치할 준비와 자세가 돼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태로 임기 5년을 보내게 된 첫 대통령이다. 하지만 총선에 크게 패하고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망한 국민이 많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와 소통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다”라던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당의 도움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2년간 국민과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협치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그런 대통령실의 눈치만 보면서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외면했다. 총선 결과는 ‘불통’ 국정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 스스로 용산에 굴종을 선택한 국민의 힘에 대한 동시 심판이었다. 국민의 힘이 인제 와서 협치를 말하려면 잘못을 자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 힘은 쇄신은커녕, 반성과 성찰의 기색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친 윤석열·친 한동훈, 영남·수도권으로 나뉘어 ‘네 탓’ 공방을 하는 게 고작이다. 이 와중에 책임져야 할 친윤 세력은 이철규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혀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여당이 무엇 하나 달라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협치를 부르짖는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이해하겠는가. ‘협치’라는 단어가 거대 야당 탓을 하기 위한 소수 여당의 핑계로 사용될 순 없다.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민심에 귀 닫고 ‘윤심’에 맹종했던 국민의 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윤 핵관 중의 윤 핵관’을 다시 지도부로 세운다면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친윤 지도부 구성은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택이다.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아무런 반성도, 위기의식도, 변화 의지도 없는 게 요즘 국민의힘이다.


시급한 것은 국무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이다. 2개월 넘게 지속되는 의료파업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사람은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고, 취약 계층을 발굴하고 맞춤형 복지를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해야 한다. 정파적 갈등은 줄이고 소통과 협치를 할 수 있는 대목부터 합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절제하고 인내하며 협치의 제도화를 마련하는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민주당 이 대표도 더욱 겸손해야 한다. 입법부의 실질적인 일인자지만 국민에게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의 다음 심판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총선 승리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정당화한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여야는 당내 주류 강경파에 휘둘려 민생 입법보다 정쟁만 반복했던 21대 국회에 대해 민심이 낙제점을 내린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독주를 반복해선 안 된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힘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71석 더 얻었지만, 총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거부권만 믿고 야당에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타협과 합의를 통한 정치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협치는 여야가 생산적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총선 민심은 이런 정치 복원을 주문했다. 당장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할 일이 많다. 민주당은 힘자랑하듯 국회를 운영하면 안 되지만, 국민의힘도 윤심에만 휘둘려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할 말을 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당의 총선 민심 부응과 협치 의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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