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호남사람”이라며 광주 찾은 한덕수, 5·18 운동을 "광주 사태"로 발언

 

전남투데이 박상훈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지난 2일 첫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가 시민에게 가로막혀 참배가 무산됐다.

 

한 전 총리는 2일 오후 5시 38분쯤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었다. 시민들의 대치와 인파 속에 가로막힌 한 전 총리는 두 손을 입 앞에 모으고 “여러분, 저는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며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호남 출신’이라며 광주를 방문했던 한 전 총리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격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3일 헌정회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5·18 광주 사태에 대한 충격과 아픔은 광주에 계신 분들이 가장 아팠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호남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가슴이 아팠고, 여러분들과 같은 충격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있던 사람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련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5·18단체는 “중대한 역사왜곡 발언”이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충북 제천에서 취재진과 만나 "광주 사태라는 것은 (당시 광주 시민들이) 폭도라는 얘기"라며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이날 "한 후보가 5·18 민주화운동을 자꾸 광주사태, 광주사태라고 반복하는 것을 보며 참 부끄러움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후보! 광주사태가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이랍니다. 법에 그리돼 있지요"라며 "지난 45년 겹겹이 쌓인 기억과 아픔의 첫 겹조차 모르는 '호남사람', 그래서 더 부끄럽고 화가나네요"라며 한 전 총리의 역사인식을 꼬집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도 공동성명을 내고 "5·18의 역사적 의미를 폄훼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국가기관이 이미 확정한 민주화운동의 공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 전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또 "한 후보는 평소 5·18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제 와서 호남 출신을 강조하며 표심을 얻기 위해 기억의 현장을 정치적 무대로 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전날 SNS에 “자기 필요할 때만 찾고 드러내는 호남”이라며 “호남정신과 5·18 민주정신을 진정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반성과 사과를 하고 5·18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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