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은 2위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 비율은 2020년 기준 전국 평균 43.8명으로, OECD에서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평균에 가려진 함정이다.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낸 ‘전국 시·도별 의료공백 실태 및 개선방안’은 지역 격차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릴 수 있는 인명이 손상되고 있는 데다, 지역별 편차가 컸다. 대한민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6명의 70% 수준이다. 이에 역대 정부는 꾸준히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과목에서 의사가 점점 부족해졌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이지만 충원율은 15.9%(33명)에 그쳤다. 지난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겠다”라고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 전공의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의대생들은 그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신종 코로
‘ChatGPT’(챗GPT)가 도대체 뭘까? 최근 들어 챗GPT가 화제다. 특히 학계, 지식인 사회, IT 산업계 등에서 탄성과 불안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앞으로의 세상은 챗GPT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챗GPT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공개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코딩이나 명령어 조작 없이 사람이 텍스트로 입력을 하거나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그 명령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연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챗GPT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 세상의 명암은 어떤 것일까? 알아야 할 것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서비스에 나서자 곳곳에서 경탄과 공포감이 분출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는 만큼,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과 평가를 통해 성적과 학위를 발급하는 교육기관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뉴욕과 시애틀 등지의 미국 공립학교는 교내 와이파이망과 컴퓨터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 사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대학은 시험과 과제물 제출 때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접 손으로 써서 내도록 바꾸는 추
농경 시대, 경제의 기본 단위였던 가정에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노동력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도 이어져 “인구는 곧 국력”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국가는 개인과 가정, 기업 등 다양한 경제 주체를 하나로 묶어냈다. 한 국가는 다른 국가와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경쟁했다. 군사력과 생산성도 치열한 경쟁 대상이었는데, 이를 떠받치는 중요한 지표가 또 인구였었다. 그래서 인구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인구 성장률이 조금만 정체돼도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는 우려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사회학과의 왕펑 교수는 이러한 오래된 통념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는 먼저 전 세계 인구가 지난 70년간 무려 세 배 이상 폭증해 80억 명을 넘겼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 인구가 영원히 증가하는 것보다는 언젠가는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드는 시나리오가 원래부터 더 그럴듯한 경로였다고 말한다. 중국이 60년 만에 인구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표하자마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Ross Douthat)이 “고령화 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안을 던졌다. 제안의 의도를 의심하거나 진실성을 따지기 전에, 어쨌든 현재의 소선거구제에 대한 ‘개혁안’을 먼저 대통령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안은 실은 민주당이 먼저 제시했다고 말한다.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해서 유사한 법안들을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발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까? 일각에서는 ‘대선거구제가 답’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중선거구제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비판을 극복하고, 중도파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일 뿐 아니라, 비례제의 다양성까지 포괄하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이 주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의 김상희·박주민·이상민·전재수·이탄희 의원이 각각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비명계’가 많은 민주당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중대선거구제가 포함된 3가지 안을 준비해 토론회를 거쳐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월이 열리면서 따사로운 봄소식이 들릴 줄 알았는데, 경제에는 한겨울 한파가 몰아쳤다. 1월 무역적자가 12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월 물가상승률도 5.2%로 뛰며 5%대 고공행진을 9개월째 이어갔다. 반도체 쇼크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97% 급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간파했는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이 모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유독 한국의 성장률만 지난해 10월 전망 보다 낮춰 잡았다. 경기가 침체할 때 가장 걱정되는 국면이 저성장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인데 한국 경제가 그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나라 밖에선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피크 코리아 우려마저 나온다. 월간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5억 달러)의 27%를 불과 한 달 만에 쌓은 셈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 행진은 11달째 이어졌다. 이렇게 오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여 만이다. 1월 무역적자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한파 속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비를 비롯한 난방비가 폭등하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최근 각 가정에서 난방비 청구서를 받아보고 모두 놀라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난방비 상승 소식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폭등했는지는 감히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 서민들의 시름이 더해 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용 도시가스료는 폭등했다.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료는 무려 네 차례 인상돼 연초 대비 38.5% 올랐다. 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국제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느라 적자가 증가한 것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가스료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이번 겨울 난방비가 폭등했다. 정부는 서민 가계 충격을 고려해 올해 1분기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2분기부터 다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난방시스템 하에서는 앞으로 난방비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해결책은 폭등하는 서민 난방비에 대한 긴급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스 수급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6일 단기 대책으로 급격한 난방비 인상을 감당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달러(한화 40조 원 상당)의 투자유치 ‘잭팟’을 터트렸음에도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이란이 거듭 항의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파병중에 있는 우리 장병들 찾은 자리에서 “UAE와 우리는 형제국이다.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같은 처지다”라는 실언으로 이란의 문제 제기와 더불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경제외교로 방점을 찍었었다. 약 40조 투자 유치한 등 여러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를 가리는 말실수가 또 발생했다. 그런데 이게 한두 번이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 나갔다 하면 사고가 터지다 보니 국민은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별문제가 아니라는 대통령실의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는 하나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발언으로 외교적 파장이 상당히 커져 버렸다. 가만히 있는 이란을 자극해서 좋은 결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민감한 사항을 꼭 집어 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한 게 이
‘베레쉬트’는 히브리어 성서 첫 단어이며 태초, 처음, 시작 등을 의미한다.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면서 태초가 되었다. 그리고 320만 년 전 어느 날, 인류의 조상 ‘루시(Lucy)’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인간의 문화(文化)가 시작된다. 문화는 인간 활동의 시작이며 끝이라 단언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문화를 ‘개인이나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과정의 산물’로 정의한다. 문화가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이 없는 문화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를 ‘문화인’이라고 자칭한다. 일정 교육 과정과 문화적 수준을 갖춘 ‘교양인’이라는 것이다. 어학사전에서는 교양(敎養)을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진정 우리가 문화적 이해와 교양인의 품위를 갖추고 있는지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길거리를 오갈 때 들려오는 욕설들과 한 치 양보 없는 교통질서, 습관적으로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고 길바닥에 침을 뱉는 등의 행위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석으로 들려오는 살벌한 사건사고, 사회에 횡행하는 차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주요 은행들이 연초부터 기본급의 300∼40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으며 신한은행도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361%로 늘려 잡았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직원 1인당 340만 원의 특별 격려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금리 상승 과정에서 예대 차익 확대로 역대 최대인 40조 6000억 원(1~9월)의 이자 이익을 거두자 자신들의 밥그릇을 불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4∼3·4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40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조9000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5대 은행의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은 약 11조22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급등해 은행들이 큰 이익을 얻은 것이다. 은행들은 성과급 파티에는 발 빠르게 나서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영업시간 복원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 19 확산을 막겠다며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오후 4시’인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으며 전쟁. 김정은 정권의 종말 등을 거론하며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을 강경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 역시 남한은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북한에 15~6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폭탄’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남·북의 긴장감은 날이 갈수록 고조 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전망했다. 북한이 남북한 관계 붕괴를 넘어 실제 전쟁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정은의 발언에 미국과 남한은 군사훈련 강화로 대응할 공산이 크며 그럴 경우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2023년에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상황이 잘못 관리될 경우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 예측일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 치닫는 것이다. AP통신은 “김정은의 이번 지시는 그가 ‘미국의 적대 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무기의 질과 양을 함께 증강하겠다고 여러
대통령실이 내부 검토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추진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국민 패널 100명과 156분 동안 생중계로 각종 국정 현안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년 주요 국정 등에 관한 대국민 소통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취지다. 출근길 약식 회견 중단 이후, 기자회견까지 취소되면 기자들이 직접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는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모든 대통령이 매년 했던 것은 아니지만,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입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신년 기자회견을 첫해부터 안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단된 출근길 문답도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공교롭게도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자 지지율이 회복됐지만 그렇다고 소통을 닫아서야 할 일인가. 이에 많은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피해 일방적인 정책 홍보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한 달 전 MBC 기자와의 설전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이후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얼마 전 열린 국정과제 점검 회의 생중계로 국민과의 소통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고 있고,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를 대국민 보고 형식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이제 곧 성탄절이다. 예수님의 탄신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12월 25일은 예수님 덕분에 쉬게 되는 법정 휴일 중 하루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크리스마스 캐럴을 노래하다가 곧 새해를 맞게 될 터다. 예전에는 이맘때쯤이면 거리에서, 가게에서 언제 어디서든 캐럴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정취나 북적함은 찾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2022년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의미와는 상관없이, 또 종교의 유무와도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기쁨과 축복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마음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며, 캐럴이라는 음악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 없다. 비단 성탄절에만 음악이 있으랴. 세상에 모든 음악이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절대요소이다. 오늘날은 IT를 기반으로 최첨단 매체와 통섭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음악을 스트리밍(streaming)할 수 있다.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곳에서, 길을 걷거나 여행 중에도, 또 잠을 청하기 위한 수면 도구로도 전용되기도 한다. 때로는 300여 년 전에 ‘비발디(A. Vivaldi, 1678